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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이지만…고용의제 적용 안돼

ezkyungli 2006-06-30 12312

정부산하기관인 마사회가 불법으로 파견근로를 받아 일을 시켰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공기업의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에 따른 고용의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원고인 경마진흥노조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9민사부(재판장 여상원 부장판사)는 최근 “마사회와 경마진흥(주)의 용역계약은 단순히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이라기보다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경마진흥은 파견업 허가를 얻지도 않았고 용역계약한 업무도 근로자파견업이 허용하는 업무도 아니기 때문에 위법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마사회는 경마진흥과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용역 근로자의 채용에 관한 승인권을 가지고 있었고 근태 상황이나 업무 수행에 관하여 직접 지시, 감독 및 평가를 행했다”며 “마사회는 소속 근로자와 용역 근로자를 함께 고려해 업무분장 개선안이나 휴가계획을 작성·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년을 초과해 노동자를 썼으니 파견법에 따라 고용한 것으로 의제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견법에 불법파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파견 대상업무, 파견 기간, 인적·물적 기준 등에 관한 엄격한 요건 아래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며 “입법 취지에 비추어볼 때 파견근로자 보호법의 제 규정들은 적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위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파견법에 ‘고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런 판결에 대해 강문대 변호사는 “파견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단편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합법파견일 때도 2년 이상 고용되면 고용의제가 적용되는데 하물며 불법파견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강변호사는 “불법파견 때 고용의제를 적용할 것인가는 명시적인 판결이 없는 만큼 파견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당연히 불법파견에 고용의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법원이 형식적인 법적용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경마진흥노조는 “불법파견을 선언하고 나서 당한 것은 해고밖에 없다”며 “파견법 취지에 맞지 않는 판결인 만큼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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